신문기사를 읽고 고인에 대한 기억이 들다. 고인은 따스한 봄 오씨엔에서 해주던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각인되었다. 그날은 내가 1학년이던 2003년 5월 스승의 날이 있던 주 토요일이었고, 나랑 친구는 학교로 갔다. 오랜 만에 보던 학교 안녕 인사 하고 족구를 하시던 국어 선생님과 인사 후 친구 집으로 갔다. 오씨엔에서 하던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 집에서 나와 지금은 없어진 상봉동 새서울 극장에서 살인의 추억을 봤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장엔 락스냄새가 가득했다.
그리고 4년전 나는 22살이었구나.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던. 별것도 아닌 일 - 예를 들어 A라는 친구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따위 - 로 걱정하던 시기, 2005년 2월 22일 이은주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난 한 해 앞선 4월 1일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처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거짓말이라 여겼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술 마시고 추운 데 공연 보고 그렇게 새터는 끝났고 돌아오는
다음날, 영동고속도로는 전날 내린 눈비때문에 꽤나 체증이 심했고, 중간에 도착한 휴게소는 더럽게 비쌌다. 그리고 인상적인 봄을
맞이했다. 봄은 전인권 때문에 인상적이었고, 벚꽃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전인권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의는 못하겠다. 그리고 더워서 목에 땀띠가 없어지지 않던 여름이 지나고, 다시 여름을
맞이했다. 립밴윙클처럼 학교에 돌아오니 모든 게 바뀌어있었다. 연애를 해야지, 공부를 해야지, 1년이 지나고 누구 말 마따나 사상 초유의 빅
머니를 쓰고 돌아와보니 나는 26살이다. 이번엔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처럼 답답하다. 아직 시간은 충분한데, 다 쓴 건전지가 된 느낌이다. 모든 게 다 변했는데 토익점수만 그대로여서
그런걸까. 너무 막연한 꿈을 꾸어서 그런걸까. 올해도 나만의 방식으로 이은주씨의 자살 4주기를 맞이한다. 기억을 반추하고 나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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