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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4 21:38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서는 경제학과 경제전문가를 야유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나는 경제학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고 믿는다……나는 또한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분들을 경제학 카페에 초대하고 싶다.”(2002. 유시민)[1]

 

유시민은 이 책 서문에서 지향하는 바를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이 경제학의 지식 성과물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거나 동의하는 경제, 정치에 대한 입장과 의견도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정치적 행보로 생각해보는 유시민의 정치 성향

유시민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칭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었을 때 한나라당은 국민 정서에 반 하는 인사, 유시민,” 민주노동당은 시장주의자 유시민의 입각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조차 반대가 대다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더듬듯한 각 당의 반대 입장은 유시민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생각이다. 그의 정치행보는 2002 11월 개혁당 창당에서 시작된다. 2004년 고양 덕양갑 재 보궐 선거에서 개혁당으로 출마, 당선되며 본격화된다. 그의 정치 행보는 노무현정부의 탄생과 함께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했으며, 2004년 국회의원 당선, 그리고 열린우리당으로의 변화까지,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한국정당정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0서울의 봄당시 서울대 학생회를 같이 꾸리던 심재철 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평가에서도 엿보인다. “현재의 모습에 대한 실망 때문에아름다운 시절기억의 편린을 일그러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심재철 선배이지만 사회학적으로는 다른 심재철이라고 생각합니다.”(2005. 서울신문)[2] 심재철 의원에 대한 평가는 유시민이 기존 정당정치에 편입된 학생운동 출신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시민은 제도의 개혁을 통해 한국정치의 구태의연함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유권자와 당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부패정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특정지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면서 국민 분열을 서슴지 않고 선동하는 지역주의 정당패거리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한 우리 정치는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2008. 하민혁의 민주통신)[3]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의지는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탄핵정국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4대입법 처리과정에서 “17대 국회는 오늘로써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2005. 한겨레신문)[4]고 말했듯이, 17대 총선에서 많은 지지를 받으며 탄생한 열린우리당의 지지부진한 개혁성과에 많은 실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앞에서 거론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의 입각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학생운동 과정에서 보인 강한 자유주의적 성향, 민주화 이후의 제도적 민주주의가 여전히 자유주의를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과 이에 대한 실망감이 유시민의 정치 성향, 즉 회의적 자유주의자 유시민을 만들어냈다.

 

회의적 자유주의자 유시민이 생각하는 경제학, 시장경제 그리고 자유무역주의

다른 모든 사회과학이 그런 것처럼 경제학도 실험을 할 수 없는 학문이다……경제학이 매우 원시적이고 부정확한 학문에 머물러 있는 책임을 경제학자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경제학이 마치 현대적이고 정확한 과학이기라도 한 양 큰소리를 치면서 대중을 현혹한 일부 덜 떨어진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에게나 화살을 겨눌 일이다.”[5](유시민)

우리사회 일반인들의 통념 속에서 경제학이 가진 권위나 신뢰성은 다른 학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OO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는 특정한 권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토론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물론 미네르바는 이런 사회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미네르바의 예측이 계속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호응을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경제학자가 아닌 주제에경제문제를 논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유시민의 경제학에 대한 입장은 권위를 가진 경제학에 대한 우상파괴로 책의 첫 번째 장을 시작한다. 쉽게 말해 경제적 수치를 근거로 하는 의견들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그는 여기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하고 있지 않다. 공공재의 공급 의사 결정에 대해 집단적 의사결정을 위해 채택할 수 있는 절차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공정한 게임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6](유시민)고 주장한다.

시장경제에 대한 유시민의 입장은 현실주의적이다. 그는 시장경제에 대해 분권적 계획경제라고 표현한다. 작은 단위의 계획경제들이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가 숱한 결함을 안고 있는 질서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나은 체제를 찾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적 기본질서[7](유시민)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입장은 경제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유무역을 거부하는 것은, 바둑으로 치면 귀에서 두 집 내고 사느라고 중앙을 다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라 본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절대우위론,’ ‘사다리 걷어차기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이나 미국 등 현재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선진국들은 과거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통한 국내산업 육성에 성공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자유무역을 받아들여 발전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경제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지 고려해봐야 한다.

 

유시민은 분명 한국 정치에서 자신의 뜻대로 실험을 해 보았다. 일부는 성공하였지만 성공보다더 큰 것을 잃었다. 우선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열린우리당은 해체되었고, 정당 구도는 다시 한나라당 대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많은 국민들은 386세대에 대해 기대를 접었으며, 386세대 스스로도 과거의 지향점을 잃고 와해되었다. 원점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 나타난 상식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유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상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1] 유시민. 2002.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돌베개. p.9

[2] 서울신문 2005 7 27일자.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 유시민 vs 심재철

[3] 하민혁의 민주통신. 개혁국민정당 창당 선언문. (http://blog.mintong.org/278)

[4] 한겨레신문 2004 12 31일자. 해 넘겨 예산·파병연장안등뚝딱처리

[5] 유시민. p.56

[6] 유시민. P.273

[7] 유시민.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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